신생아택배사건, 가난은 인류가 만든 최악의 질병이다.
신생아 택배사건, 아직도 가난이 단지 불편한 것일까?
신생아 택배사건은 한국사회에 또 한번 충격을 안겨주는 기가막힌 일이었다. 언젠가 TV광고를 통해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단지 불편한 것이다.’라던 성우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런데, 신생아 택배사건을 바라보면서 문득, 정말 가난은 불편하기만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생겨난다.
신생아 택배사건으로 사회적 충격을 준 무정한 어머니는 고작 35살의 힘없고 가난한 이였다. 만삭이 되도록 열심히 일했지만 월세도 내기 힘들었고 출산이 다가와도 누구하나 손을 내밀수 있는 가족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나약한 35살의 가난한 어머니에게 무정한 어머니란 꼬리표를 달아버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은 더욱 참담해 보인다.
가난 때문에 갓 낳은 딸을 살해한 30대 여성이 최악의 순간, 시신을 수습해 자신을 도와 줄 거라 믿고 택배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수개월 전 연락을 끊었던 '친정엄마'였다.
A씨는 지난 3일 서울 강동구 한 우체국에서 자신이 살해한 딸의 시신을 상자에 담아 전남 나주시 고동리에 거주하고 있는 친정어머니 B(60)씨에게 택배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에 대한 영장 실질 심사(구속전 피의자 심문)는 이날 오후 예정돼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딸을 출산한 것은 지난달 28일 오전 2시를 훌쩍 넘은 새벽 시간이었다. 포장마차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진통이 시작된 A씨는 4~5평의 비좁은 쪽방에서 홀로 고통을 이겨내며 딸을 낳았다. 소독조차 되지 않은 주방 가위로 탯줄도 어렵게 직접 잘랐다.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된 남편을 원망할 새도 없이 A씨는 아이가 울기 시작하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만삭의 몸으로 새벽까지 일해도 방값조차 내지 못하는 형편에 아이를 키우겠다는 엄두도 나지 않았다. 돈이 없어 휴대전화 발신이 정지되고 한 겨울에 난방조차 하지 못해 추위에 떨었던 A씨였다.
당황한 A씨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 나가지 못하게 입과 코를 손으로 막았다.
손을 떼자 우는 아이의 입과 코를 다시 한 번 손으로 막았고 그렇게 7분여가 흐른 뒤 아이는 숨이 멈춰 다시는 울지 못했다.
A씨는 아이의 시신을 수건에 싸 방 한 구석에 두고 생활했다. 돈을 벌어야 했기에 밤에는 포장마차에 나가 일도 하며 숨진 아이와 그렇게 엿새를 보냈다.
그러나 날이 더워지면서 시신이 점차 부패, 역한 냄새를 내기 시작했다. 무슨 수를 내서라도 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A씨는 친정어머니를 떠올렸다.
5년 전 상경한 A씨는 7살 난 딸을 친정에 맡긴 채 지난해 말부터는 가족들과 연락도 끊은 상태였지만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친정어머니뿐이었다.
A씨는 지난 3일 오후 흰색 수건과 검정색 운동복 아랫도리에 아이 시신을 싼 채 빨간색 비닐 가방에 넣어 서울 강동구 우체국으로 향했다.
가방을 택배 상자에 담은 A씨는 쪽지에 '나 대신 이 아이를 편안한 곳으로 잘 보내 달라'고 적어 함께 넣은 뒤 전남 나주시 금천면에 사는 친정어머니에게 부쳤다.
배달 과정에서 자신이 한 짓이 들통 날까봐 발신인은 '이○○'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택배는 다음날 4일 오전 나주 친정어머니 집에 도착했지만 A씨의 바람과 달리 오후 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온 친정어머니는 낯선 사람이 보내 온 상자에서 아이의 시신이 나오자 놀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상자가 배달된 경위를 추적해 A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뒤 탐문 수사 끝에 다음날인 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 포장마차에서 일하고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자백한 A씨는 경찰에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며 후회했다.
가난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딸을 살해한 비정한 엄마가 결국 마지막에 의지할 곳은 자신의 친정엄마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 딸아이를 죽음으로 내몬 A씨는 그 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어리고 힘없고 가난한 35살의 어머니에게 당당히 당신은 무정한 어머니라고 질책 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과연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편리한 세상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10년전, 20년전보다 훨씬 편리해졌고 안전해진 세상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난한 이에게 현대는 과거보다 더욱 잔인한 생존의 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아직도 여전히 가난은 단지 불편한 것 일뿐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습니까?
가난은 약한 것이며, 가난은 소중한 누군가를 죽일지도 모르게 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질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리핀 살인기업 ‘죽어나는 한국인’ (0) | 2015.06.07 |
---|---|
용인 메르스 ‘또....서울삼성병원’ (0) | 2015.06.07 |
삼성서울병원 기자회견 '정부만 탓하는 무능함' (0) | 2015.06.07 |
영남제분 윤길자 사건, 알고보니 ‘종합 비리세트’ (16) | 2013.05.28 |
호적 세탁 입양, 헤이그협약을 아시나요? (0) | 2013.05.28 |